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77호/신작시/최도선/밤 열한 시에 막차는 떠나네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2-12-29 15:17

본문

77호/신작시/최도선/밤 열한 시에 막차는 떠나네 외 1편 


최도선


밤 열한 시에 막차는 떠나네 외 1편



두고 온 것도 없는데 자주 그곳엘 가네

백화점이 있고 대형서점이 있고 넘치는 물결이 있는 곳


늦도록 어물쩍거리다 벗들은 흩어지고 

막차는 떠났고 나만 홀로 도로에 우두커니 섰네


거리는 이국땅 같이 낯서네

예전에 내가 살던 이곳이


어디에 살든 영원한 곳은 없는 우리

타관은 늘 셋집살이 같네


까치 

솔향기 

이슬 

바람 

까마귀

나는 이들 곁에 잠시 머무네

이 땅에 사는 동안


나를 두고

밤 열한 시에 막차는 머뭇머뭇 떠나네

막차는 봄눈같이 늘 놓치네





자작나무



하얗게 눈이 내린 밤 내 몸피를 벗겨 편지를 쓴다. 낮에 자작나무 숲을 지나간 열차 속에서 손 흔들어주던 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그에게 띄운다. 무엇을 보러 가는 길이냐고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냐고 당신이 사는 곳의 풍경은 어떤 색깔이냐고 그 곳의 향기는, 고통 같은 것은 없느냐고 묻는다. 나는 바람이 아니면 내 머리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 하나도 떨어뜨리지 못한다고 하루에 두 번 이 숲을 지나가는 열차의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다고, 바람은 제 소리는 못 듣고 나무들 사이만 휘휘 휘돌아다닌다는 사실도 적는다. 그리고 내가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뉴욕, 뉴욕이라고 쓴다. 왜냐고? 언젠가 신문 한 장 날아와 내 허리에 철썩 붙었는데 거기에 타임스퀘어, 황홀한 코카콜라 전광판을 보고 그 콜라를 마셔보고 싶었어, 그리고 이 자작나무숲을 그곳에 잠시만이라도 옮겨 보고 싶어, 눈 내리는 하얀 전경까지를. 동이 트면 몸피들이 붉은 빛을 띄우는 이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을 뉴욕 한가운데 옮겨줄 수 없을까? 인간의 것이 아닌 자연의 모습을 잠시만.  안녕 





*최도선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93년 《현대시학》 소시집 발표 하며 자유시 활동. 시집 『그 남자의 손』, 『겨울기억』, 『서른아홉 나연 씨』. 비평집 『숨김과 관능의 미학』. 《시와문화》 작품상 수상.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