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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양문규/겨울장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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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양문규/겨울장마 외 1편
양문규
겨울장마 외 1편
한겨울 찬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린다
계곡을 휘돌아나가는 물소리가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를 삼킨다
인간들이 싸질러놓은 똥을 눈으로는 덮어봤자 소용없다
우리 집 똥통의 똥 치우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온 세상의 똥을 치우자면 하느님은 얼마나 대근할까
엄니는 폭설 대신 때 아닌 찬비가 저리 자주 내리는 연유가 어디 있겠냐며
검버섯 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는 아이고, 하신다
중국 중남부 남서풍을 타고 왔다는 빗소리가 창문을 치는 동안
오늘은 공기질이 괜찮다는 일기예보를 듣는다
자작나무
버리고 비울 것 없이 맨몸으로
허공에 기대어 까만 눈이 점점 깊어지는 자작나무
산방 언덕에 올라 늙을수록 살만 찌는 나는
점점 흐려지는 눈을 비비며 우두커니 서 있다
*양문규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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