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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서승현/꽃밭에 자드락비 들이친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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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256회 작성일 22-12-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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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신작시/서승현/꽃밭에 자드락비 들이친다 외 1편 



서승현


꽃밭에 자드락비 들이친다 외 1편



모반의 도적떼처럼 가만가만 비 내리고

멸망한 나라의 궐처럼 밤은 깊어간다


도열한 귀비貴妃들, 괴는 수심 무거워

실핏줄 싱싱한 채 이울어 지고 있다

훗훗한 숨결로 버무려지던 꽃등마다

기화되어 퍼지던 연붉은 입자들

촘촘하게 점화되어 일렁이던 등불과 

흥청망청 흐드러지던 비단치마폭


흙먼지 날리는 가문 날에도 

바쁜 발길 손짓하고 

순간마다 눈멀게 하더니 

기어이 안녹산의 내달리는 말발굽처럼  

몰아치는 빗줄기에 드잡이질 당하고 있다 

만개의 절정을 탐하듯 비바람은

붉은꽃 분홍꽃 홀치고 밀치며 흐트러 버린다

쏠리다가 쓰러지며 물큰대는 살내

태풍이 잠시 들른 천변부지는 

꽃양귀비 널부러진 패색의 전쟁터


일장춘몽은 도처에서 출몰하는 중이다





한계



어둠 속에서 너의 얼굴을 그린다

검은 먹으로 잘 빚은 네가

어둠 안에 있다

깎아낸 검은 얼굴에 눈을 그리고

눈동자를 그리기 위해 어둠은 집중한다


햇살을 등진 너의 얼굴


풍경은 헤메이듯 너를 좇는다

등진 너의 얼굴이 집요해진다

웃기도

울기도 하던 목소리

먹빛은 너의 얼굴을 뚫고

뒷모습을 새겨 넣은 눈동자를 그려 넣는다

너는 아주 먼 먹빛으로 깊어진다

너는 아주 먼 곳으로 어두워진다





*서승현 2001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2019년 《시와사람》 평론 등단. 시집 『푸른현호색꽃 성채에 들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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