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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정선호/다호리*에서 밭을 일구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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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919회 작성일 13-03-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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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호리*에서 밭을 일구다 외 1편

 

 

벚꽃이며 진달래가 핀 다호리에서

이천 년 전의 사람들이 무덤을 나와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렸다

노인들은 산에서 진달래를 따

술을 담갔으며 손자들을 돌봤다

 

대장장이는 청동검을 만들었으며

농사에 쓸 삽과 괭이를 만들었다

여자들은 머리에 진달래 꽂은 채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밥을 지었다

 

지배자는 철검을 차고 부하들과

낙동강과 마산만을 시찰하며

한나라와 낙랑군 상인을 보살피고

객주를 마련해 주었다

지배자의 아버지 널무덤엔 철검이며

청동검, 부채, 거울, 붓을 넣었다

 

이천 년 후의 사람들도 그 땅에서

농장을 만들어 밭을 갈아 씨를 뿌렸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주위의 꽃들과

밭을 일구는 풍경을 찍어 이천 년 전의

사람들에게 초고속으로 전송했다

다호리엔 고분이 있고 주말농장이 있다

 

*다호리:경남 창원시 동읍에 위치한 마을. 1988년부터 선사시대와 가야, 신라의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봄을 재구성하다

―‘보리 도예전’에 가서

 

 

보리의 문양이 새겨진 도자기 안에는

집이 있어 바람과 보리가 살고 있다

보리와 바람은 그 안에서 겨우내

숨바꼭질하며 봄을 당기고 있다

바람은 보리의 줄기를 단련시키고

추위에 움츠리는 뿌리를 돌보았다

 

 

보리는 흙이 빚은 도자기였다

흙은 겨우내 수천 도의 열기로

도자기를 굽듯 보리를 키웠으며

보리밟기하는 사람들의 정성과 웃음을

받아 도공에게 전했다

도공은 그걸 받아 도자기에 보리 문양을

그려 넣으며 녹색 물감 뿌려주었으며

지혜롭게 크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꼿꼿하게 자라 꽃 피우고 열매 맺은 후

끝내 아름답게 죽어가는 것 알려주었다

 

2월, 겨울의 규율을 배반한 흙과 보리는

봄을 재구성*했다

*봄의 재구성:‘보리 도예전’을 주최한 김은진 작가의 ‘여는 글’에서 인용함.

 

정선호∙1200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내 몸속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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