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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최정애/토피어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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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750회 작성일 13-03-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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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어리 외 1편

 

 

한자리에 서서 그는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람개비가 돌았고 혼자 스텝을 밟는 발에 코스모스 잎이 떨어집니다 Good Bye! 인사하며, 바이올린 소리인지 오보에 소리인지 경음악인지 눈을 감고도 눈을 감아야 하는 혼돈에 빠집니다 매일 눈을 뜨고도 그림자의 실체를, 실체의 그림자를 만날 수 없습니다 만날 때마다 풀이 자라나는 그의 몸에선 늘 바람이 붑니다 적막을 두르고 적막 아래 서 있습니다 비에 비가 내리고 비애를 늘리려고 스치는 발소리를 늘리려고 허우적거리며 흔들리며 쉴 새 없이 돌아보며 그는 저물도록 빈 그늘 위에 나를 세워 둡니다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 서서

 

 

 

 

7일간의 응급실

 

 

무덤이 뒤쫓아 오는 것 같은 공포였다 몰려오는 황사처럼 두껍고 불에서 치솟는 연기처럼 뜨거운 액체가 내 목구멍으로 치달았으며, 그 때, 먹구름 한 트럭이 방으로 쏟아지는 줄 알았다 철썩철썩 요동치는 내 가슴속으로부터 백 미터 구렁이 파이는 줄 알았다 가슴속으로부터 밤이 쏟아지고, 쌓여 가기 시작했다 어제와 내일을 가로막는 오늘밤처럼 아득해지는 발자국 위에서 앗! 하고 유독가스가 덮이는 줄 알았다

 

1일과 7일의 통로에 백년 전에 내린 빗물이 흘렀다 보이지 않는 새가 날고, 날아올랐다 흔들리지 않는 강물이 흐르고, 흘렀다 하루종일 시간을 지우고 지워도 그것이 나의 고장난 초침이었다면, 시계는 물 한 모금도, 빵 한 조각도, 꽃 냄새도 못 건너가겠지 저 줄줄 흐르는 물소리가 복도나 휴지통에 떨어졌다면, 그것은 가장 슬프게 보이는 풀잎이겠지 달빛이겠지 아니 병든 인형이겠지 내 머리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최정애∙강원도 강릉 출생. 2002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손가락 끝에서 달냄새가 난다>, <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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