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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문정/지구온난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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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368회 작성일 13-03-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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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외 1편

 

 

동짓달 초순인데도

겨울이 굼뜬 가을을 재촉하지 아니하여

 

은행나무는 황금의 추억을 나눠주는 일도 잊고

산맥은 잃어가던 빛깔 대신 먼 길 가는

바람을 잡아 뭉게구름을 만들어 들고 서 있습니다

 

이국의 메타스퀘어는 빨갛게 물드는 일도 멈추고

긴 팔 뻗어 푸른 하늘을 퍼내려오고

땅바닥에 낮게 엎드린 회양목과 사철나무는

푸르른 윤기 어제만큼이나 카랑카랑합니다

 

퇴근하는 사람들 발걸음과 낯빛도

산비탈에 매달려 사는 가난들도

넉넉하고 따뜻한 만찬에 초대받은 듯 가벼워서

 

하늘의 신 외눈박이 초승달도 눈꺼풀을 지그시 감고

쉬었다가 넘어가자며,

느린 지상을 흡족하니 내려다보고 계십니다

 

 

 

 

흐린 날

 

 

다른 것은 아니고

땅과 하늘의 앙금이 풀리는 것

서로 얼굴 모르고 살아오던

사내와 여자가

세상의 온갖 물감들을

받아와 두 손으로 눈마다 짜 넣고

눈이 멀어버리는 것

내내 서로 안고 살아가다가

세월이 마른 손바닥을 뻗고 보채면

세필 갈필 모필

다 갖춘, 산줄기가 되고

지류가 되고

나뭇가지가 되고 풀포기가 되는 것

그러하다가 금방

서툰 사랑을 거덜내버리고

해와 달도 모르게

다시 남남으로 살아가는 것

 

문정∙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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