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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김학중/예언자․3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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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723회 작성일 13-03-01 16:02

본문

예언자․3 외 1편

 

 

길 위에 놓인 돌

차일 때마다 기억은 부서지고

빛과 어둠의 경계를 건너는

소리는 먼

그의 눈을 두드려

눈동자가 까마득하게

흔들리는

북이 울리는 곳

 

먼눈의 안에서 열어 보는

밖의 세계

 

발길에 채이는 그는

돌에게 미래를 들었다

손에 돌을 쥐고

두드리는 허공

누가 듣기는 했을까

누구에게도 던지지 못하는 예언

바람이 세계에 갇힌 채 어두워지는

시간의 한 귀퉁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예언이 아니다

시간이 죽음을 배웠다는 것은

돌이 밝힌 비밀

눈이 어둠을 볼 수 있다는 건

먼눈이 밝힌 비밀

 

손가락 끝으로 읽는

눈들은 어디로 오는 걸까

손가락들이 돌을 두드린다

작은 소리를 낸다 점점

그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내린다

소리의 발이

사물의 번역자가 되는 밤

길에 놓인 그의 몸 안에

돌의 고요가 발자국을 낸다

 

 

 

 

날과 여행

 

 

1.

이른 비와 늦은 비

비의 날을 기다리는

여행

 

빗방울이

내리면

내리치면

열리지 않던 길의 시간이

열리리라

 

2.

그는 비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어디 오래 갔다 오려는 듯

비에 젖어야 보이는 시계

눈을 뜨면 희미해지는 길로

팔을 뻗으면 곧장

비가 서있는 시간을 가리킬 수 있을까

만질 수 있는 비의 머리채를

잡을 수 없는 건

비가 소리이기 때문

조금 이르게

조금 늦게

입술은 떨리고

 

3.

몸속으로 흘러가지 못하는 물결은

마구 엉켜 물소리를 더 거세게 하고

비의 머리채가 그를 붙잡고 흔든다

더 거세게 내리치려는 그의 손길은

모두 실패한다

누군가의 실패를 기억하는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시계가 서서

가리키지 못한 시간 속으로

이른 비와 늦은 비가

내리고

내리치고

비슷한 세계

길의 혈관을 열고

그가 따라서 눕는다

 

길 위로 가속하는 차들은 쉽게

미끄러지고

수막 위로 그가 흘러간다

잡을 수 없는 비의

 

날과 여행

 

김학중∙1977년 서울 생. 200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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