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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이명/달마낙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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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141회 작성일 13-03-0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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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낙지 외 1편

 

 

상원사 길가 주막이다

무안 뻘낙지 한 마리 수조에 홀로 있다

바닥에 동자처럼 앉아 있던 뻘낙지

유리벽에 올라

이리저리 다리를 뻗어보고 있다

 

꽃이 될까 나무가 될까 별이 될까

풍경이 되어볼까

쭉쭉 뻗는 발끝으로

목어의 울음소리 훔쳐 듣기도 하다가

늘씬한 소나무에게 곁눈질을 보내다가

 

금강경 경소리 산중에 울리자

가장자리에 기대 물구나무를 선다

유리벽에 착 달라붙어

발을 모아 길게 뻗어 올린다

몇 개의 발이 끝에서 사방으로 꺾여 휘어진다

금강소나무 한 그루

그대로 죽은 듯이 고요하다

가장 편한 자세로 뿌리 내린 모양이다

 

여백은 상원사 엷은 하늘빛

아직 수도 중이다

 

 

 

 

메콩강과 한강 사이

 

 

혜화역 4번 출구 앞 명륜동 순대해장국집은

빌딩과 빌딩 사이에 끼어 있다

반 지하 집에 머리를 수그리고 들어가면

두 평 남짓한 방은 부화기 속처럼 밝고 따뜻하다

 

고향의 뒤안길을 비집고 다니듯

상과 상 사이

앳된 베트남 며느리는 아이를 업고 다니며 분주하다

 

귀를 기울여 들어야 들을 수 있는

우리말 베트남 사투리

 

맛 있슴다와 최고임다로 대표되는 말들이

남지나해 물결 같은 곡선을 타고 흐른다

포대기 위에는 메콩강 노을이 얼룩져 붉다

 

고향집은 잊힌 지 오래건만

술국 위로

베트남 웃음 한 조각이 쪽배처럼 떠다닌다

 

빌딩과 빌딩 사이

순대 내장과 형광등 불빛 사이

베트남 며느리의 재재거림과 주방 시어머니의 묵묵함 사이

내가 오롯이 끼어 있다

 

중심이 부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도 다시 부화하고 싶다

 

이명∙경북 안동 출생. 2010년 ≪문학과창작≫으로 등단. 시집 <분천동 본가입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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