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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오만환/진천의 유전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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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3,748회 작성일 13-01-1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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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환

진천의 유전자 외 1편

 

 

허생원이 과거에 낙방하고

걸미고개에서 어느 처자의 위로를 받고

평생 농사 지으며 자식 키우고 풍년을 살았다 하네

그래서 생거진천生居鎭川

동학의 남접과 북접

갑오년 개혁이냐 반역이냐

장터에서 실컷 다투다가

몇 만 명이 한 물결로 괴산 보은 금산

굽이쳐 가다가, 공주 우금치 고개 넘지 못하고

금강나루에서 사라졌다 하네

대구에서 시작한 국채보상 운동

집집마다 들판마다 불길처럼 일어났다 하네

백 년 전 신문을 보면

일본인 주재소 수없이 습격을 받고

칼 차고 말을 탄 헌병

활과 주먹에 맞아 꺾어졌다 하네

백비白碑에 무슨 말씀, 소용이 있었던가

헤이그 밀사 보재 이상설

죽음 앞에서 아무 것도 남기지 마라

나라를 찾을 그날까지 제사도 지내지 마라

선생께서 편찬한 국한문 혼용 수학 교과서

<산술신서>와 한문책 동서양 논리학을 읽다가

읽다가 그만 청년들은 돈도 마음도 몸도

독립전선에 다 바쳤다 하네

숭렬사가 어디인가

덕성산, 무이산, 요순봉, 옥녀봉, 무술, 비들목

수백만 평 땅, 차라리 빼앗길지언정

정의가 이기느냐 불의가 이기느냐

매국노賣國奴와 타협은 없다

학자들(석농, 석탄, 경암)은 독립만세를 부르다

파리 만국평화회의를 향해

한지韓紙에 독립청원의 긴 편지를 쓰시고

간밤엔 매화가 피고

문필봉과 매봉엔 흰눈이 쌓였다 하네

기미년 4월, 그 새벽

 

 

 

 

어승생악

 

 

해발 1169미터 기생 오름

꽝꽝, 머귀

비자, 고로쇠, 산박달

조릿대. 보리밥나무

山채의 허리를 걷는다

살면서 힘들었지

누이의 가슴은 시원도 하여라

팔과 목 살갗에

나무들 빼곡한

숲의 향내가 스민다

 

애월, 제주, 조천 해안선 내려다보고

먼지며 구름 다 씻고 여유를 가져라

그게 되나요

일본군 58사령부, 지구전持久戰 펴려고

제주민의 피땀으로 파놓은 참호들

땅 아래 통로는 무너지고

무너졌어도 드러나는 군국軍國주의

태풍颱風 앞 가시엉겅퀴

저 발밑

굼부리의 눈물이여

 

 

오만환

1988 <예술계> 신인상 당선. 시집 <서울로 간 나무꾼> 외. ‘97 농민문학작가상. 한국문인산악회장. 선정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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