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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홍성운/흑룡만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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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만리* 외 1편
누군가 그리워 만 리 돌담을 쌓고
참아도 쉬 터지는 이 봄날 아지랑이 같은
울 할망 흘린 오름에
눈물이 괸 들꽃들
차마 섬을 두고 하늘 오르지 못한다
그 옛날 불씨 지펴 내 몸 빚던 손길들
목 맑은 휘파람새가
톱아보며 호명하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한뎃잠을 자야한다
그래서 일출봉에 마음은 가 있지만
방목된 저녁노을이
시린 발을 당긴다
섬에 가두어진 게 어디 우마뿐이랴
중산간의 잣성도, 낙인 된 봉분들도
먼 왕조 출륙금지령으로
그렇게 눌러앉았다
*흑룡만리:제주의 현무암 잣담을 이르는 말.
이면裏面을 보다
이제껏 담쟁이는 벽만 타는 줄 알았는데
비자나무 둥치를 뭉클뭉클 감아 올라
물오른 나뭇가지를 옥죄는 힘줄을 본다
초교 동창 승철이는 샌님인 줄 알았는데
월악산 영봉까지 단숨에 올라가서
환호성 두어 마디에
이 산 저 산 울림 일고
하늘과 땅의 맘은 같은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우레가 쳐도 땅은 고요하다
때로는 맑은 하늘에 불 뱉는 화산도 있다
그렇다, 어젯밤 꿈이 오늘 아침 현실이 되듯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하나 되는
자목련 봉오리 터져
그대 4월, 또 불 지른다
홍성운∙1993년 ≪시조문학≫ 여름호 추천,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0년 중앙시조 대상(신인상 부문) 수상. 시집 <숨은 꽃을 찾아서>, <상수리나무의 꿈> 등. 시화집 <마라도 쇠북소리>. 역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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