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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권혁웅/물혹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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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42회 작성일 13-03-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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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혹 외 1편

 

 

웅덩이 하나가 지나가던 모닝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다 물에게도 이빨이 있는 거다 내릴 때만 해도 행서로 쓴 글씨 같았는데 그래서 개학 전날 쓴 일기처럼 무성의했는데 지금 비는 사라지는 2차원이다 비는 맨바닥에서 자고 라면 끓여먹고 만화책이나 뒤적거리던 한 시절로 흘러간다 창밖을 스치는 한 여자의 종아리가 이곳이 반지하임을 언뜻 일러준다 모닝이 없던 곳, 짧은 석양이 청춘을 증언하던 곳, 그랬군 나는 정육면체의 물비린내가 될 거야 돌아갈 수 없는 출렁임이 저런 웅덩이가 된 것이군 앙칼진 물혹이로군

 

 

 

 

불혹․2

 

 

한밤중에 아파트 마당에서 줄넘기하는 중년,

꼬리 여럿 달린 여우처럼

변신담의 주인공이 되려고 열심이다

체중계 위의 삶을 벗어나고 싶다고

회고주의자를 대신한 아랫배가 소리친다

이토록 많은 선을 넘었는데 어째서 제자리인 거냐

이제는 줄에서 라켓으로 바꿔드는 중년이여,

선을 넘는 건 그대가 아니다

관용적인 추리닝이 허락하는 만조滿潮이거나

턱밑이 밀어붙이는 숨이니

여우는 내일에서 하루가 모자란 오늘

뚱뚱한 여우로 남는다 중년이여,

그대가 라켓 잡은 손을 아무리 저어도

배드민턴공이 상한선 너머로 사라지듯

무언가가 날아갈 것이다

모르겠냐고, 그것만이 곧 그 선을 넘을 거라고

 

권혁웅∙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황금나무 아래서>, <마징가 계보학>,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소문들>이 있음.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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