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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고철/서낭당 돌무더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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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낭당 돌무더기 외 1편
육신을 떠난 그의 영혼을 보려고
돌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옛 돌 하나하나에도 지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영혼은 썩지 못하는 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족이 가난한 나의 형편을 위해
날마다 돌 한 개씩을 치마폭에 나르셨을
오호,
어머니는 미신이 아니었습니다
밥
엄마는 내 밥이었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밥을 배웠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몸을 모시는 하나의 예물,
그러므로
밥을 따 먹는다는 것은 어쩐지 야만스럽게 들립니다
핥아먹는다는 것도 매국노 같아서 싫습니다
그렇다고 얻어먹는다는 것은 더더욱 엉터리 같습니다
밥은 거룩하게 벌어서
수족으로 받들어 먹는 일종의 예식 같습니다
닭이 먹는 것을 모이라 하고
소나 돼지가 먹는 것을 먹이라 합니다만
이것들은 끼니 이전의 구실만 하는가 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子宮에 살 적에 잠깐 들었던 어머님 말씀이었지요!
밥은 오입보다 맛있다 했습니다
고철∙강원도 철원 출생. 2000년 ≪작가들≫로 등단. 시집 <핏줄>, <고의적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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