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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박성우/말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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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귀 외 1편
강원도 어디서 어지간히 부렸다던 일소를
영화양반이 단단히 값을 쳐주고 사왔다
헌데 사달이 나고 말았다 워워 핫따미 워워랑께
내나 똑같은 말일 터인데 소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
핫따 어찌야 쓰까이, 일소는 일소대로 갑갑하고
영화양반은 영화양반대로 번번이 속 터진다
일소를 판 원주인에게 전화를 넣어 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매번 똑같다, 날래 일 잘 했드래요
첫 삽
어제는 물코 트고 옥수수 따고 경운기 몰던 손이
오늘 새벽엔 땅버들 밭머리로 가서 첫 삽을 뜨고 왔다
아직 장가를 안든 정갈한 손이
묏자리 첫 삽을 떠야 부정을 안탄다 하여
종암마을 유일한 총각인 대혁이 성이 또 뜨고 왔다
각동댁 긴긴 잠자리 봐주고 왔다
스무 살 때 맨 처음 떠보던 첫 삽,
마흔다섯이 되어서도 새벽 같이 일어나 뜨고 왔다
박성우∙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등. 신동엽창작상 등 수상.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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