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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여름호)신작시/우원호/현대인의 아이러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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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아이러니 외 1편
―일명 사이코psycho의 도시都市
1막 1장
지금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는 연극의 무대는
이름하여 사이코psycho의 도시都市
두 개의 해가 뜨며
칸트의 인식론*과 변증법*이 공존하는 그곳
서로 다른 두 얼굴의 사람들은
그 도시에서
이성理性과 비이성非理性의 삶들을
매일매일 연출한다
1막 2장
그들은 이미 지구의 역사 따윈 잊은 지 오래다
지구의 역사를 잊어버린 자신들의 삶 속에서
변명으로 일관된 자신들만의 왜곡된 역사를 새로이 쓰며
도시의 또 다른 알리바이*를 연출한다
1막 3장
그 도시는 그들에게 천국인가
그 도시는 그들에게 지옥인가
환상적인 꿈의 도시로 탈바꿈을 하다가도
이내 환락으로 불야성을 이루면서
점차 사람들은 자신들의 혼魂마저도
송두리째 망각한다
그로 인해
죽은 이상理想의 묘지로 변해간다
황금빛의 찬란한,
또 다른
이상理想의 태양太陽을
뒤로 하고
*칸트의 인식론:인간의 인식의 기원·본질·한계 등을 연구하는 철학의 한 분야로 “인간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슨 권리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칸트의 변증법:인간의 이성理性이 빠지기 쉬운, 일견 옳은 듯하지만 실은 잘못된 추론推論, 즉 ‘선험적 가상假象’의 잘못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가상의 논리학論理學.
*알리바이alibi:범죄가 일어난 때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 현장 이외의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주장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는 방법. 법률용어로서 ‘현장 부재 증명’으로 순화.
달
천지창조天地創造 이후 밤하늘의 둥근 저 달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밤하늘의 둥근 저 달은
인류人類의 역사가 시작된 그 날로부터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표상이 되었다
달은 모른다
바로 오늘이 있기에 어제가 있었음을
달은 모른다
어제가 있었기에 다시 오늘이 있음을
달은 모른다
달을 바라보며 비는 전인류의 소원을
달은 모른다
天江에 비쳐있는 자신의 붉은 얼굴을
우원호∙1954년 서울에서 출생. 2001년 ≪문학21≫로 등단. 시집 <고독할 때 나는 나를 향해 이렇게 얘기한다>. 수필집 <자연과 인간>. 웹진 ≪시인광장≫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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