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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고창수의 영역시단/박해미/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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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미
물로 보다
일을 하다가 좀 억울하다 싶어
혼자 씩씩대다 일러바치듯 하소연 하였더니
임마, 너를 물로 보고 그런 거야, 한다
지나도 한참 지난 유행어
뭘로 보고 그런 거야가 아닌 물로 보고 그런 거야
나를 물로 보고 그랬다는 말이
내 몸에 들어와 혈관을 타고 흐른다.
내가 물이었다는 걸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내 안에도 계곡 하나쯤 있어
계곡을 흐르는 맑고 투명한 물속으로 얼비치는
피라미나, 어치, 가재들이
물살의 흐름에 노닐고 있다가 그의
눈빛에 그대로 투시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나를 물로 보아 준
그가 어여쁘게 보이기 시작한 거다.
나는 그를 물로 볼 수 있는 투시력을 갖지 못해도
내가 그에게 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때서야 조금씩 행복해지는 것이다.
―≪리토피아≫ 2011년 가을호.
박해미∙1993년 ≪예술세계≫로 등단. 시집 <꽃등을 밝히다>.
Regard as Water
While working, I felt mistreated.
So at last I complained and appealed.
He said they regarded me as water.
It's a worn-out cliche
to say they regard me as water.
The remarks about them regarding me as water
enter my body and flow through the blood vessels.
How would he have found out that I was water?
There could have been a gorge within me;
minnows, jays, crawfishes frolicking in the clear stream
running through the gorge
could have been reflected in his eyebeams.
That notion made me admire
him who regarded me as water.
Though I lack a vision to regard him as water,
the thought that I can be regarded as water in his eyes
makes me happy bit by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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