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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봄호)권두칼럼/고명철/‘고장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시적 혜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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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83회 작성일 12-05-3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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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칼럼/고명철

‘고장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시적 혜안을

 

 

최근 매우 흥미로운 뉴스가 외신을 통해 타전되었다. 스위스에서 열린 ‘2011 다보스 포럼’에서 의장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표로 참석한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자본주의 비관론’을 핵심적 의제로 논의했다는 것이다. 널리 알고 있는 사실이듯, 다보스 포럼은 세계 자본주의의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해온 국제회의인 바, 이곳에서 현 자본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른바 ‘고장난 자본주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하면서, 유럽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위기의 현상들과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세계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를 더 이상 지탱시킬 수 없다, 는 진단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다보스 포럼의 본질적 성격상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넘겨볼 수는 없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경제학 상식을 갖고 있는 자이면 누구든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중세의 봉건주의 생산양식의 문제가 누적되는 가운데 근대적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 옮아간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진보였다. 따라서 자본주의 생산양식 또한 ‘근대’의 역사적 성격을 초월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특히 금융자본주의의 파고波高 아래 자본주의의 본래 정신을 위반하고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는 징후가 세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부패한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월가시위wall street protest’는 현재 자본주의의 위기와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관심 자체를 꺼버린 사람들이 있다. 아니,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마냥 자신들의 경제적 기득권이 보장될 것이다고 안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냉철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상황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내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현 정부가 집권초기부터 자신 있게 표방한 이른바 747경제정책이 그들 스스로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 자기부정 되고 있어, 성장위주의 경제정책보다 ‘공정사회’와 ‘동반성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강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서인지, 벌써부터 여당과 야당 진영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 현 정부와 명백한 차이를 갖는 경제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부쩍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복지 담론’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자본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의 팽배 속에서 그동안 방치 상태에 있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슬기로운 해법을 찾는 것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의 투쟁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희망버스’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열어보였다.

실로 그동안 한국사회의 안팎을 일별해보건대, 무엇하나 사태를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이다. 지구화 시대를 살면서 아무리 사소한 지역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지구화의 문제들과 연동되는 바, 글로컬리티glocality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계의 문제들은 상호침투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황 속에서 문학이 떠맡아야 할 몫은 더욱 심층적인 미적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낡고 정태적인 미학에 안주할 게 아니라 새롭고 역동적인 미학을 강구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구태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새것 콤플렉스를 경계하되, 안일한 미의식에 젖어 있는 것 또한 부정해야 한다. 전통을 가볍게 홀대해서는 안 되지만, 전통을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노력을 멈춰서도 안 된다.

≪리토피아≫ 신년호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제2회 김구용시문학상의 수상자와 리토피아문학상의 수상자를 주목한다.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인 장이지 시인은 동시대 젊은 시인들의 시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자신만의 시 세계를 담금질하는 데 정진해온 시인이다. 감히 말하건대, 김구용 시인의 시정신에 손색이 없는 후배 시인으로서 장차 한국 시단의 한 흐름을 대표할 만한 시인이다. 그리고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인 남태식 시인은 자신이 갈무리해온 시의 윤리에 기반을 둔 시쓰기에 매진해왔다. 남태식 시인의 수상은 계간 ≪리토피아≫의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시인의 시세계를 통해 지금, 이곳에서 문학이 직면한 문학의 몫을 생각해본다. 두 시인이 나름대로의 시적 개성을 통해 서정을 어떻게 갱신하고 있는지, 독자의 일독을 권한다.

세계와의 불화, 이것을 어떻게 미적 전위의 감각으로 형상화할 것인가. 우리 시가 곰곰 숙고해야 할 문제이리라. ‘고장난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시가 우두커니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시 특유의 형상적 인식을 통해 ‘고장난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시적 혜안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11년 11월<?xml:namespace prefix = v ns = "urn:schemas-microsoft-com:vml" />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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