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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봄호)고창수의영역시단/권정일/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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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일
마침내
고양이 가면을 뒤집어 쓴
갸릉갸르릉 사각의 링에서
빳빳 수염을 세우고 송곳니를 드러내고
그럴듯한 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광대의 링에서
붉은 눈의 짐승처럼
도취되어서
가장 격렬한 스킨십으로
주춤주춤 흘린 피에 미끄러질 때마다
셀 수 없이 흘린 피만큼
웃겠어
태양이 지나다니지 않는
어둠의 링에서
우리는 어딜 찾고 있는 걸까
얼룩무늬가 증발한 애완의 사순절에는
겨울이 시작되고 여름이 끝날 거야
엉거주춤 바닥
아주 가까움도 분간하지 못할 링의 세계에서
흩어지는 야생을 향해서 원, 투,
두 눈에 돋아난
안간힘으로
스스로가 되어갔어
―≪리토피아≫ 2011년 겨울호.
At Last
In the square ring
wearing a cat's mask brrr brrr
In the clown's ring
raising the taut whiskers
baring the canine teeth
where one can find nothing to speak of
Drunk
like a beast with blood-shot eyes
as much as the countless bleeding
each time one slipped
over the blood spilled
through severest caress
We'll laugh.
In the ring of darkness
where the sun does not pass by
what are we searching for?
During our favorite Lent
when mottles have evaporated
the winter will start,
and the summer will end.
권정일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마지막 주유소>, <수상한 비행법>. 산문집 <치유의 음악>. 2009년 부산 작가상, 2010년 제1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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