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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박제영/오필녀 강경 갔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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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336회 작성일 12-04-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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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영

오필녀 강경 갔다 외 1편



첫사랑에 실패한 것도 결혼을 두 번이나 실패한 것도 이름에 박힌 도화살 때문이라던, 오필녀나 오필리아나 참 박복한 이름이라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까페 이름도 오필리아로 정했다던, 술이 얼큰해지면 박용래의 「울타리 밖」을 읊조리던, 이번에 진짜 강경 사내를 만났다고 술집 접고 고향 가서 오필리아 옷 가게를 차릴 거라던, 축하 난은 필요 없으니 자기를 주인공으로 울타리 밖 같은 시 하나 꼭 써달라던, 박용래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를 닮았던, 강경 여자 오필녀가 갔다



사내가 사랑을 속이고 직업을 속이고 가겟돈마저 꿀꺽 삼킨 것도 자기 이름 탓이려니 원망은 없으나 이제 이름을 지우고 싶다고, 吳弼女 대신 Ophelia로 묘비명을 새겨달라고, 복사꽃 흐드러진 봄 밤, 꽃잎 같은 유서 하나 남긴 채,



울타리 밖으로

별이 되어

오필녀 강경 갔다





팔굽혀펴기



“내가 말이야 요즘 팔굽혀펴기를 시작했잖냐 아침 저녁으로 20회씩 봐라 이 알통”

“글쎄 이 마누라가 술김에 한 번 업어줄라고 했는데 슬슬 피하지 뭐야”

“남편이 업다 말고 휘청거리면 어쩌나 싶었던 거지”

“요즘은 제법 근이 나가긴 나가거든”

“처녀 때는 정말 날씬하고 가벼웠는데”

“그때는 마누라 업고 십 리도 갔어야”

“눈치를 보니까 요즘 살 뺀답시고 몰래 운동 다니는 것 같더라구”

“그치만 어쩌겠어 고생한 세월이, 나이가 붙인 살인데 쉽게 뺄 수 있겠나”

“차라리 내가 근력을 키우는 게 쉽겠다 생각했지”

“물구나무서서 팔굽혀펴기 50회쯤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거뜬히 업지 않겠냐”

“새털이네 새털이야 하면서 마누라 업고 십 리만 갈 수 있다면 그깟 팔굽혀펴기 천 번인들 못하겠냐”

“마누라 마음만이라도 새털처럼 가벼워질 수만 있다면 만 번인들 못하겠냐”


오십을 훌쩍 넘긴, 58년 개띠 재붕이 형

느닷없이 술집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보여주는 것인데



박제영∙199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뜻밖에>, <푸르른 소멸-플라스틱 플라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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