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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최서림/송사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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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94회 작성일 12-04-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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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림

송사리 외 1편



1급수에서만 산다 개울로 흘러드는 샘물을 서로 먼저 마시려 떼를 지어 욜욜거린다 물정 모르는 어린애들처럼 순진해서 곧잘 낚인다 어망에 갇히면 가슴이 답답해서 곧장 죽어버리는 녀석들도 있다 성이 송씨여서 초등학교 때부터 송사리, 송사리라 불린 진짜 송사리 같이 맑고 여린 친구가 있었다 탁류 같은 서울은 겁이 나서 못 살고, 대구쯤에서 그것도 한적한 변두리에서 겨우겨우 숨을 몰아가며 살고 있다 초등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문구점을 하며 커다란 두 눈 껌벅이고 있다 고향 떠나 잡어가 다 되어버린 친구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친구, 인터넷에다 ‘송사리’란 카페를 열어놓고서 여기저기에다 샘물을 퍼 나르는 친구, 나 같이 눈이 퇴화된 잡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방에 들어가면 누구나 금방 이마가 둥글고 눈이 순한 송사리로 변해버리고 만다





가물치

잉어가 유비라면, 가물치는 장비다 가물치 같이 팔딱, 팔딱거리는 녀석이 있었다 중학 때부터 온 등짝에 문신을 새기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 친구가 있었다 붕어처럼 얌전히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지 못하고 중학을 중퇴했다 베니어판 공장, 중국집, 식료품 도매상을 전전하다 스무 살도 안 돼 온몸 바람뿐인 여자를 꿰차고 돌아왔다 호세 아르까디오처럼 온 집을 쿵쿵 울리며 들어왔다 가물치 등짝처럼 얼룩덜룩한 해병대 군복을 뽑아 입고 똥폼 잡으며 쏘다녔다 어딜 가나 재크나이프로 울타리에 금을 긋고 살던 친구,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며 어깨에 힘주던 경상도 싸나이가 있었다 어린새끼들은 가물치처럼 단련시켜야 한다고 악을 쓰며 이종격투기를 가르치다 진짜 가물치가 되어버렸다



최서림∙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구멍>, <물금> 등.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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