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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허금주/가난하다는 것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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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금주
가난하다는 것은 외 1편
가난하다는 것은
본향을 그리워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빛과 어둠을 한데 섞어
흘러가는 시간과
돌아오는 시간에
부리를 사랑의 날갯짓에 파묻고
오래도록 노래를 불렀다는 말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높은 산을 휘감는 구름과 하늘
바람의 냄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산의 밑둥에서부터
흙과 돌멩이와 풀들의 소근거림을
제 몸에 녹여
만남과 헤어짐의 꽃 같은 몸살길을 따라 걸으며
우물의 깊은 뿌리 근처에서
온몸을 침수시켰다는 것이다
본향의 향기에 가까워질수록
작열하는 노을의 옷을 입고 날갯짓 하는
가난하다는 것은
꽃잎
입 속에 남은
단 한 마디
저 달을 가슴에
안을 때까지
숨죽여 떨리는 이 밤
한 꽃잎은
숨은 꽃잎의
탄생의 비밀을 알고
허금주∙1993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저문길은 나에게로 뻗어있다>, <책으로 태어나는 여자>, <오늘만 아름다워라>. 추계예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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