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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권정일/마침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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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일
마침내 외 1편
고양이 가면을 뒤집어 쓴
갸릉갸르릉 사각의 링에서
빳빳 수염을 세우고 송곳니를 드러내고
그럴듯한 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광대의 링에서
붉은 눈의 짐승처럼
도취되어서
가장 격렬한 스킨십으로
주춤주춤 흘린 피에 미끄러질 때마다
셀 수 없이 흘린 피만큼
웃겠어
태양이 지나다니지 않는
어둠의 링에서
우리는 어딜 찾고 있는 걸까
얼룩무늬가 증발한 애완의 사순절에는
겨울이 시작되고 여름이 끝날 거야
엉거주춤 바닥
아주 가까움도 분간하지 못할 링의 세계에서
흩어지는 야생을 향해서 원, 투,
두 눈에 돋아난
안간힘으로
스스로가 되어갔어
캐미라이트
암여우를 먹이로 삼는 어족의 나라, 당신을 잃으셨나요?
십자가 네온이 사이키 조명으로 첨벙거리고 수탉이 운다
지금은 물고기 비늘이 창궐할 때
먹이를 물색하는 야광찌들 차도 건너편 미루나무까지
보일라, 보여라,
아무도 믿지 못할 릴대를 던진다
물색 없이 와르르
속 검은 하단동은
싱싱한 메뉴를 들고 빛을 쏘아대는 캐미라이트
사교가 당신을 열두 번 부정하고 금빛 조황을 꿈꾸는 아찔한 누드쇼가
입질을 시작한다
당신의 가계엔 피싱파일fishing file이 없으므로
달콤한 어신 속으로 빨려드는 난파된 포로들이
잠시 낚기 어법으로 흔들리는 사이
휘청거리며 감겨드는 미늘이 뭔지 잊지 않았다
사막사막한 당신 눈동자를 어떤 죄로부터 곧 낚아내기만 한다면
피의 소통 없이
속전속결
청춘을 지불하는 순교의 밤 어때요?
권정일∙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마지막 주유소>, <수상한 비행법>. 산문집 <치유의 음악>. 2009년 부산 작가상, 2010년 제1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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