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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서화성/수남리 철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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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758회 작성일 12-04-1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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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성

수남리 철뚝 외 1편



녹슨 십여 척 어선들은 이정표가 사라지자

새벽을 끌어당기는 밧줄에 영차, 영차

한바탕 달빛을 낚아 올리고

그런 그 곳은 새벽이 대낮이다

한평생 살겠다던 바다에서

그들은 너무나 잘 견디어 왔는데

간혹, 숨바꼭질을 하듯 갯바람이 분다

손님이 언제 다녀갔는지

매표소 주인장의 어투는

나사가 풀린 것처럼 느슨했으며

며칠째 걸었다는 흔적이 없는 바다에서

푹푹, 허리가 빠진다

부표처럼 노을이 바다에 머물 때

바다의 노예가 달빛이라는 것을

불혹이 지난 어느 겨울날 알았으며

낮술에 취한 옆집 아재야는

어제처럼 피다만 담배를 물고 서 있다

수남리 철뚝에서는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개나리가 필 때가 아직은 멀었는가 보다





해녀, 김복순 할머니



일흔이 넘은 김복순 할머니는 바다를 닮아 바다에서 나이를 잊고 산다 멀리서 보면 금방이라도 삼킬 것만 같은 그 속은 사납지만 그냥 바다에 맡긴 채 그렇게 빠져 든다 그 속에서 자맥질이란 단돈 오만 원 탓에 그녀는 하루를 저당 잡는다 아마 오십 년 전부터 저 세상에 갈 노잣돈을 챙겼는가보다 뭍으로 나간 오십 줄인 큰딸에게서 전화가 끊긴지 삼 년째다 그래도 삼 년을 하루같이 바다에서 기다린다 통째로 삼켜버린 싱싱한 바다를 한 접시에 만 원이라니. 세상은 다 그런 거야, 다 그런 거지 뭐. 아직도 구멍 난 양말을 한 달째 신고 있다는 그 말에 삼 년을 지우고 살아서이리라 텅 빈 오두막에서 재가 될 시간을 뜬 눈으로 태우며 오늘이라도 따르릉 울릴지 모르는 벨소리를 뒤로 한 채 그런 그녀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찾는다


바람을 이겨낸 파도가 바다인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세상을 잊고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이어도사나 이여도사나를 부르는 그녀는 해녀, 김복순 할머니다



서화성∙경남 고성 출생.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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