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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신혜정/당신의 늙은 가죽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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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당신의 늙은 가죽 외 1편
단단한 세월 밖에
가져온 것이 없다
지난 밤
추위에 얼어붙은 것은
당신의 늙은 가죽
어느 가파치의 손을 탄 듯
잘 무두질 된 당신의 가죽은
바람이 불 때마다,
백년을 산 것처럼
딱딱하게 늙어갔고
말랑한 것은 오로지 당신의
텅 빈
동공,
당신의 가죽을 살아있게 하는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베를린 詩人의 時․5
―성탄전야
이만큼,
세상을 뒤흔든 스펙터클은 없었다
예수의 강림
교회의 정교한 벽화 장식 속
예수는 슬픈 표정이다
왜 그는 웃지 않는가
왜 권세 뒤에 숨어 침묵하는가
베를린 소망교회의 성탄축하 칸타타 공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향연
멀리! 반도 땅에서 유학 온 뮤지션들이 이국의 메시아를 찬양한다
동방박사 이후
이런 스펙터클은 처음이다
구세주를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밤, 베를린의 한국
나는 최후의 예수의 마음으로 목이 말랐다
그가 강림했다면
함께 술 한 잔 하고 싶었다
신혜정∙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라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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