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토피아 -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사이트 내 전체검색

수록작품(전체)

44호(겨울호)신작시/강윤순/무덤 외 1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216회 작성일 12-04-10 19:06

본문

강윤순

무덤 외 1편



무덤, 무덤은 젖무덤처럼 봉긋 솟아있고 무덤은 돌무덤처럼 물속에 가라앉아있다 무덤에는 한 시대의 영화가 감겨져있고 무덤에는 한 사람의 고해성사가 날것으로 풀어져 있다 그 무덤에 내가 있고 네가 없고 딸린 무덤이 없다

무덤, 그 무덤에 바람으로 살아난 네가 있고 망부석으로 굳어진 내가 없다 그 무덤에 불 속으로 전사한 내가 있고 홑무덤 가에 어깨웃음 짓는 네가 없다

그 무덤에는 잘린 요단강이 있고 이어진 섶다리가 없다 그 무덤에는 하나의 그림자가 있고 다른 하나의 그림자가 있고 또 다른 하나의 그림자가 있다

무덤, 저 무덤 밖으로 나무가 보인다 골목이 보인다 오래 전에 팔려나간 고장 난 손목시계가 보인다 뒤태만 있는 네가 보인다

무덤 앞에서 향이 난다 배가 뜬다 육포가 울린다 내가 사라진다 무덤을 두고, 당신을 두고 내가 돌아간다 나를 두고 당신이 돌아간다

무덤으로 돌아가는 북망산에 구름이 멎는다 흘러간다 모나게 원을 그리며, 당신을 그리며 흘러간다 돌아간다 멈추다 간다

무덤, 무덤에는 무덤 말고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너도 없다 나도 없다 곡조도 없다 조화의 묘도 없다 절묘의 자연도 없다

누구는 무덤을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누구는 무덤을 응어리로 안고 있다 무덤에는 덤이 없다 무덤에는 무국이 무한정 리필된다 ‘토장국을 더 주세요 무당서방 얼굴은 정수리까지에요’

무덤에는 목이 나출된 무덤새가 살고 무덤에는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아버지가 산다 떼무덤 건너 어울림 무덤이 원앙처럼 다정하다 무덤에는 배롱나무 그늘이 온유하다 산이 능선이 따뜻하다 무덤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메아리처럼 울린다 장송곡이 후빈다 귀가 열렸다 대추가 주렁주렁, 무덤은 무덤이다





자야가 사랑한 도미노



도미노가 귀를 세우고 있다 달이 기울지도 않았는데 문이 삐걱거린다 인형을 간질이지도 않았는데 돌이 웃는다 귀를 세운 도미노가 삐걱거리면서 웃는다


도미노가 귀를 세우고 있다 북을 치지도 않았는데 책이 울린다 아이가 자고 있는데 내 눈이 반짝인다 귀를 세운 도미노가 울리면서 반짝인다


도미노가 귀를 세우고 있다 홈이 없는데 집이 흔들린다 키가 자라지 않았는데 열쇠가 돌아간다 귀를 세운 도미노가 흔들리면서 돌아간다


도미노가 귀를 세우고 있다 가방을 들지도 않았는데 백이 숫자놀이를 한다 그게 아니라고 하는데 낫이 기어이 기역자를 고집한다 귀를 세운 도미노가 낫을 들고 숫자놀이를 한다


도미노가 귀를 세우고 있다 우연히 막대가 픽 쓰러졌는데 만돌린이 연주를 한다 수영장에 풀이 헤엄을 친다 강아지가 독을 향해 질주한다 내 곁에서 귀를 세운 도미노가 연주를 하다 헤엄을 치다 나를 향해 질주한다


벼락은 때때로 물벼락으로 변모한다 상 위에 놓인 상이 실상일까 만상일까 자야는 도미노를 정말 사랑했을까? 



강윤순∙2002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 <108가지의 뷔페식 사랑>.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대한노래지도자협회
정종권의마이한반도
시낭송영상
리토피아창작시노래영상
기타영상
영코코
학술연구정보서비스
정기구독
리토피아후원회안내
신인상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