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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손수진/허수아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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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진
허수아비 외 1편
들판에 반짝이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저 이
본적 있다
청량리 역 뒷골목
밤무대 앞에서 노래 부르던 여자
바람이 불 때마다
늘어진 가슴이 출렁거리고
처진 엉덩이에
빵빵하게 바람이 들어가자
시퍼런 고추밭을 넘겨다보며
빨간 립스틱 바른 입술 손에 찍어
키스를 날린다
고추밭이 벌겋게 달아오른
늦여름 오후
인연
강아지 한 마리가 졸졸 따라온다
몇 번이고 돌아갈 것을 명령했지만
까만 눈망울만 굴리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만 갸우뚱, 꼬리친다
배가 고팠던지 먹다 남은 밥을 주자
허겁지겁 먹고 나서
새근새근 신발짝에 코를 박고 잠이 든다
귀하신 몸
달개비 꽃잎 물고 뛰어다니는 동안
나비를 쫒아 마당을 뱅글뱅글 도는 동안
도토리 물고 흙바닥 뒹구는 동안
냄새나는 신발짝 끌어안고 몸부림치는 동안
솜뭉치처럼 하얗던 털이
흙투성이 몰골이 다 되었다
삼순아, 행복하니
손수진∙2005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붉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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