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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김지순/병 속에 든 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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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787회 작성일 12-04-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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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순

병 속에 든 벌 외 1편



순진함이 무기인 눈 꼬리 흘림체를 읽었다고요

연변에서 새 남편을 찾아왔어요

안방 하얀 침대 시트를 잡아당기면

구부정한 관절이 집먼지진드기로 앓아눕곤 해

무결한 시간만 울그락 붉그락 현관문을 들락거려요


부엌 창가 병 속에선

밀원을 알지 못하는 벌이 아직도 채밀 중이고

침묵의 기슭을 나는 파리들이 눅눅한 방점을 찍어요

낡은 선풍기가 몹쓸 목청으로 성경책을 넘기고

젊은 아내를 위한 노인의 식은 온기가 실내를 장악하고 있어요


십자가 나무가 온통 하늘을 오르는 마당이에요

배꼽이 이뻐 6월이면 통성 기도로 명암을 밝히는 밤

벌 나비 잡충이 꽃수라 들 듯 온유한 말씀을 들어도

행선지 놓친 일벌의 통증은 꿈속에서도 웽웽 욱신거려요

고향은 여전히 옥수수 벌판과 어감을 대신한 뭉개구름 피어올라요

옥수수 이파리는 검은 손, 그 그늘 속은 바람을 기르는 음모였어요

누구라도 휘파람 불어 구애의 꽁지깃 흔들다

푸른 물의 종점으로 타올라 황토물로 눈물을 씻는

수줍음을 잃고 무결을 알았어요


이제 꽃 피는 두벌잠을 자고 싶어요

긴 꼬리가 두 갈래로 갈라진 밀화부리 같은

무중력의 달 속 같은 무순의 순한 발자국 같은

샘이 깊어 셈 할 수 없는 화밀이자

여왕벌,

적막을 컹컹 짓는 순한 개들의 지어미가 될래요


내게는 황금 들녘을 져 나르는

늙수그레한 미장가의 새 아들이 있어요






뇌혈류 검사



그날부터 올가미로 죄듯 뒷머리를 조여왔어 머리카락을 풀어 숲을 들이고 그늘을 만들어 빨강 노랑 파랑 딴 생각과 놀았을 뿐인데 두개골이 뿔이 난 거야 오래 방치한 동지였는데 은근살짝 싱싱한 동료였는데 두 개 골짜기마다 연기가 나는 거야 토끼 몰이식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불안을 통과했나봐 숲이 나무를 벗고 꽃을 벗고 풀을 벗자 민둥산 환한 공동을 만난 거야 집 잃은 새의 부리들이 콕콕콕 뿔난 세례로 덤볐지 검붉게 비상하는 소리들이 구겨지고 돋아났어 흰구름 전두엽을 쪼으며 수없이 간섭하고 있었지


육체성 없는 피톨은 벌레 먹은 둘레길을 어긋어긋 돌아나오고

새발자국 뒤엉킨 얼굴은 기면으로 물들어 구멍구멍 실룩거리고 



김지순∙전북 익산 출생. 2007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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