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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조용숙/문단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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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783회 작성일 12-04-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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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숙

문단속 외 1편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까지

입원 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 밤에 건너 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잘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나도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가던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 쓰것다

제삿날 받아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있는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로 보였다






물집



입술에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 하나

옮겨 심은 기억도 없는데

어디에서 날아와

슬그머니 내 몸에 뿌리를 내렸을까

이른 봄 산자락에 피어서

바람난 여자라는 꽃말을 얻은

얼레지 꽃 같기도 하고

연분홍 치마 봄바람에 휘날리는

수줍은 앵두꽃 같기도 하다

향기가 있어 벌 나비 날아올 리도 없는데

누가 있어 저 봉오리를 열어줄 것인가

저 혼자서는 어찌 해 볼 도리 없는 헛헛한 속내

매달 찾아오는 달거리처럼

쓰라린 시간 견디다 시들 봉오리 하나



조용숙∙부여 출생.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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