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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조용숙/문단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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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숙
문단속 외 1편
오래 살아야 두 달 산다는 아버지를
노인병원에 모시던 날
보호자는 있을 곳 없으니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라는 수간호사 말에
한순간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일 없던
아버지 눈동자가 힘없이 흔들린다
하는 수 없이 엄마까지
입원 수속을 밟고 돌아서는데
어머니 내 귀에 대고 살짝 속삭인다
글쎄 동네 홀아비 김씨가
한 밤에 건너 마을 팔순 과부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동사무소에 파다하단다
니 아버지 먼저 가면 나 무서워서 어떻게 산다냐
대문 없는 집에서도 평생 맘 편히 잘 살았는디
니 아버지 가면 나도 얼마 안 있다 바로 따라가던지
아니면 제일 먼저 대문부터 해 달아야 쓰것다
제삿날 받아놓은 아버지 곁에
새색시처럼 바싹 달라붙어 있는 칠순 엄마가
처음으로 여자로 보였다
물집
입술에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 하나
옮겨 심은 기억도 없는데
어디에서 날아와
슬그머니 내 몸에 뿌리를 내렸을까
이른 봄 산자락에 피어서
바람난 여자라는 꽃말을 얻은
얼레지 꽃 같기도 하고
연분홍 치마 봄바람에 휘날리는
수줍은 앵두꽃 같기도 하다
향기가 있어 벌 나비 날아올 리도 없는데
누가 있어 저 봉오리를 열어줄 것인가
저 혼자서는 어찌 해 볼 도리 없는 헛헛한 속내
매달 찾아오는 달거리처럼
쓰라린 시간 견디다 시들 봉오리 하나
조용숙∙부여 출생. 2006년 ≪詩로여는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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