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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한세정/어둠과 어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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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정
어둠과 어둠 외 1편
어둠의 입술을 물고
우리는 어둠에게 젖을 주고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드리운다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을 때
어둠 속에서 명징해지는
얼굴의 능선들
몸을 감싸는 어둠의 따스함
어둠의 참혹함
무채색 바닥에
무릎의 무늬가 스밀 때까지
우리는 제대에 놓인 제수祭需였다가
흘레붙은 연인이었다가
우리는 흩어지는 모래알갱이
캄캄한 오두막에서
두 손을 모으고 부르는
흑인의 영가
칠흑 같은 동굴 속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검은 짐승들
어둠 속에 얼굴을 묻고
여기
어둠과 어둠
블랙홀
내가 당신을 느끼는 방법은
두 눈을 감고 혀를 닫는 것
감은 눈동자에 스미는
당신의 열도를 가늠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젖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전진하는 것
한세정∙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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