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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한세정/어둠과 어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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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049회 작성일 12-04-10 19:23

본문

한세정

어둠과 어둠 외 1편



어둠의 입술을 물고

우리는 어둠에게 젖을 주고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드리운다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을 때

어둠 속에서 명징해지는

얼굴의 능선들

몸을 감싸는 어둠의 따스함

어둠의 참혹함


무채색 바닥에

무릎의 무늬가 스밀 때까지

우리는 제대에 놓인 제수祭需였다가

흘레붙은 연인이었다가


우리는 흩어지는 모래알갱이

캄캄한 오두막에서

두 손을 모으고 부르는

흑인의 영가


칠흑 같은 동굴 속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검은 짐승들


어둠 속에 얼굴을 묻고

여기

어둠과 어둠






블랙홀



내가 당신을 느끼는 방법은


두 눈을 감고 혀를 닫는 것


감은 눈동자에 스미는


당신의 열도를 가늠하는 것


그리하여 마침내


젖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전진하는 것 



한세정∙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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