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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임재정/저글러Juggler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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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922회 작성일 12-04-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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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정

저글러Juggler외 1편



1.

행려, 함께 하시겠어요? 닳아 튀어나온 무릎과 그늘 깊은 옷소매에 세 드는 건 어때요? 그림자 긴 목을 밟고 서로의 지난날을 윽박질러보는 재미. 함께 맛보지 않으시겠어요?


2.

현관은 하나의 노래가 틀림없다, 당신. 느릿느릿 무릎으로 숨어든 노래가 어느 계단을 오르다 삐끗한 나를 일으켜 세울 때 있다. 초인종이 운다. 안팎이 맞붙은 내 두 귀가 맨발로 달려 나간다. 당신은 거리 아무 데서나 신발을 벗어놓고 사라지므로, 한 켤레 가지런한 신발을 발견한다면 몇 걸음 물러서서 기다려야 한다. 거기서부턴 당신이 걸어든 물속, 당신의 발바닥이다.


편도가 붓는다 ; 노래가 섬뜩하게 앙칼진 것을 듣는다

고백컨대 당신 팔뚝에서 이륙하는 부메랑이다, 나는

어디서든 다시 당신에게로


3.

우린 여전히 미완의 장르, 어제 걷지 못한 길이 발꿈치에 숨어들어 장단을 치는 내 허름한 저녁 하늘가. 함께 떠오르지 않을래? 귀 기울여봐. 내 위장이 얼마나 간절한 물소리로 당신의 지느러미를 손짓하는지. 머리 풀고 흘러들지 않을래?


어때요? 행려. 어디서든 되돌아올 데가 있어

우리 다시 여기로






눈사람 근처



뒤주 밑을 긁다 목을 삐끗한 적이 있지


좁고 긴, 지금도 그렇지 않는 건 아니야


반복된다는 것, 어제가 아가리를 가졌다는 것


손목을 잘릴까 두렵기도 해, 뒤주 속


브라운관이 달려 있고 네거리가 펼쳐지고


눈사람이 녹지, 모두들 구체적이지 않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불편해 한다는 걸


깨닫는 계절이야, 낙엽들이


날려가 한 곳으로 쌓이고


지팡이를 놓친 손은 거리를 더듬지


머리카락이 빠져 천천히 손짓을 비켜 떨어지네


거기와 무관하리라던 가지 툭 부러지네



임재정∙2009년 <진주가을문예> 대상 수상. 2011년 천강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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