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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한경용/봄똥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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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용
봄똥이 외 1편
원룸 속에 갇혔다가 창을 열면
서너 날 사이로 빚쟁이들
엄동설의 바람 한 가방 풀어
나의 등골을 또 혹하게 두드리니
발바리 같은 내 눈망울도 휘이잉―
문밖의 나무들도 휘이잉―
이 겨울만 지나가면
돌려막기 대출금
일수 백일로 다 찍어
저 순한 눈 굴릴 수 있을 것인데
요 언덕만 넘어가면
놀멍 걸으멍*, 소다리 퍼지게
올렛길에 오줌 한 번 뉠 수 있을 것인데
시달린 속통으로 빈 봄을 맞은
어무이는 퍼런 봄똥이를 무치고
젖통 문 아기들은 멍들어 오른 버드나무마다
사랑 넘실 쪽! 쪽!
기어이 젖꼭지 열리게 하는구나.
* 제주어, 놀면서 걸으면서.
적멸
그들은 잠기고 나는 떠난다 먼발치 바라보다 부르지 못한 노래
강 어귀 어디엔가 쏟아버리고 흩어진 모래사장에서 애달아 하지 말자
그물을 드리워 낚으려 하지 말자 흘러가는 모래는 별들이 쏟아놓은 먼지
나 혼자 털고 일어나야 하는 먼지 비켜간 하늘 삼켜 버린 저문 강 사르는
속으로 꺼이꺼이 맴도는 한 바퀴 사랑 빈 배에 채우고 떠난다.
한경용∙제주 출생. 2010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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