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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겨울호)신작시/서상규/우주선의 환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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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191회 작성일 12-04-10 19:33

본문

서상규

우주선의 환생 외 1편



벽제화장장에 옮겨진 우주선이

검정양복을 입은 사람들의

개미처럼 조심스러운 걸음에 운구된다

생은 살아온 것만으로 충실했기에

영혼이 승리에 도취되어

헹가래로 떠오르는 기분일 것이다

발사대에 관이 장착되고

이승에서 마지막 의식이 치러진다

하늘길을 인도하는 기도와 찬송가로

지구별에서 이별이 엄숙하게 이루어진다

심장에서 뜨겁게 북받치는

눈물로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7, 6, 5, 4, 3, 2, 1, 영

화구 속 고요한 굉음이 일으키는 발사로

망자의 성냥개비 같은 몸이 점화되어

추진체에 눈부신 불꽃을 뻗친다

대기권에서 육신을 연소시키는

비행시간에 부은 눈꺼풀을 매달고

유족들이 지하식당으로 몰려가서

식성에 맞게 허기를 채운다

내장의 길과 내생으로 열린 길이

같은 상징성을 띤 천지간,

은빛으로 소실점을 반짝이며

영혼이 우주로 진입한다

유족들 가슴에 궤적을 그리며

죽음이 윤회로 운행한다

영혼이 보내온 첫 교신으로

마른 나뭇가지에 소생의 기운이 번져

은하별이 벚꽃으로 피어난다






어린왕자의 별



아버지가 어려 지셨습니다

주름으로 접힌 세월의 지층 속

흰 뿌리에 봄기운이 차올라

천진난만한 꽃이 피었습니다

생강나무의 매운 가지에 매달린

샛노란 꽃망울의 산수유꽃

엄마 젖이 그리운 아이로

늙은 육신의 아버지가 칭얼대십니다

배내똥을 물감처럼 짜서

벽을 화폭으로 그린 추상화는

해석하기에 참 난감합니다

때론 맑은 기억에서 비단실을 풀어

자서전의 고치를 짓고

우화할 듯 애벌레로 잠드신 모습은

얼마나 무위無爲합니까

나방 날갯짓이 은분가루를 흩날리며

내생을 여는 꽃길을 해몽하게 합니다

낡은 족보가 대물림된

삶의 그늘이 번식시킨 검버섯에

몽고반점빛이 번져

아기 영혼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잠에서 깨어나면

미운 네 살배기가 되어

집안을 헤살놓으시겠지요

그럴 때 나는 재롱둥이가 되어

어린 아버지와 한바탕 놀아드립니다

아버지가 일깨운 투명한 마음에

어린왕자의 별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별자리가 눈부신 슬픔으로

새파란 심장에서 반짝입니다



서상규∙서울 출생. 2009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시 당선. 2011년 ≪유심≫ 시조 신인상. 수주문학상(우수상), 전태일문학상, 현대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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