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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김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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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平生 외 1편
어머니가
따순 밥 한 그릇
드시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따순 자리에
누워계시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식구들 밥 챙겨 먹이고
언제나 부엌 한켠에서
언제 드신 지도 모르게 해결하셨기 때문입니다.
귀가길 늦은 가장이나 자식들
반가이 맞이해 재우시고
신새벽에 일어나셨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따순 잠 들고
어머니가 따순 밥 드시는 모습 본 적이 없습니다.
평생 본 적이 없습니다.
일천 구백 이륙 년생
여든 살 광주 토박이 박선홍 선생님
쌀밥 한 그릇 앞에 놓고
눈가가 젖어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늘
내 삶의 한낮에
고마운 나무그늘이다
그 팽나무 팽나무
아이들과 아내처럼
늘어서서
환한 햇빛
가려준다
늘어지게 한숨
자고 싶다.
어떤 아침
다시
새소리 가득한 이 아침을
누가 선사해줄 것인가
2층에 점집을 세 내준 작달막한 키 곱상한
옆집 할매
오늘 또
양버즘나무
자르자 한다
자랄수록 두려워지는 낙엽의 급습
낙엽의 가을 침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일찍 죽이자 한다
뿌리부터 죽여 없애자 한다
밑둥치에 구멍을 뚫어 독한 약을 넣으면
쉬이 죽일 수도 있다 한다
참 어질고 곱게 생긴 웃는 주름살
그 얼굴로
그러자 한다
그 양버즘나무 짙은 잎사귀 속
그 잎사귀 뒤에 잘도 숨어
아침마다 재잘거리는
참새들의 놀이터를
이 지상에서 영영 추방하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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