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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최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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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641회 작성일 11-12-3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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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은

    우두커니 외 1편



늦게 저녁이 오는 것은

마른 흙에 구멍을 내며 한 빗방울이 오는 것

구멍 난 흙먼지가 타박타박 걸어오는 것


늦게 저녁이 저녁으로 오는 때는

어스름이 어린 호박을 더듬어보는 때이고

옥수수 이파리들 순해지는 때이고

밭일 간 엄마의 젖이 빠르게 도는 때이고


귓속에 살던 매미가 다른 벌레의 몸이 되고

맨드라미를 바라보던 옆 사람이 오래 전 떠난 사람이고


늦게 저녁이 오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던 한 이파리가 오는 것

이파리 위 쬐금 남아있는 햇빛이 오는 것

날개를 접으며 잠자리가 오는 것

 


 

   살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돌에 맞아도 내색해선 안 돼

귓바퀴가 찢어져 피가 흘러도 눈물 보이면 안 돼

새의 날카로운 부리에 쪼이면

초록을 채워 그 자국 숨겨야 해

벌레가 호두나무잎을 건너오고 있어

구멍이 뚫리고 뼈가 간지러워도 참아야 해

그때 얼룩이 오기 때문이야

치솟는 분노를 들키면 안 돼

가지가 찢겨져도 자살을 꿈꿔선 안 돼

먹구름 폭풍우를 몸에 새겨야 해

들큰 신맛이 온몸에 스며들게

심장을 열고 뿌리까지 닿도록 숨을 들이켜야 해

누구도 손 댄 흔적 남기지 않아야 해

매달려 있는 일에만 열중해야 해

맹렬히 익어가야 해

노을빛 수액이 돌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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