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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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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429회 작성일 11-12-3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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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

  카를 요한의 봄날*에 칠하다 외 1편



그림에 빗줄기를 덧칠한다.

비에 젖은 나무의 그림자가 자라난다.

양산을 쓴 여자들의 드레스가 젖는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비가 내린다.

뭉크의 우울한 표정 위로 비가 내린다.

대접에 받아놓은 물이 마르도록 비를 칠한다.

붓 모가 몽당이 될 때까지 비를 칠한다.

푸른 색 지붕이 투명해질 때까지 비를 칠한다.

등 돌린 여자의 외로움이 가실 때까지 비를 칠한다.

내 가슴이 젖어들 때까지 비를 칠한다.

젖어든 나의 눈물을 찍으며 비를 칠한다.

상한 그림을 보고 뭉크가 ‘절규’한다.


   *뭉크의 그림 제목 「오슬로 칼 요한의 봄날」에서 따옴.

 

 

 

   상상적 청중*

   ―함박꽃

  

이른 아침 둘레길 걸으면

숲에 안긴 것들이 서로 인사해.

네 향기가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키 작은 이끼의 웃음조차 비웃음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몰아 벼랑으로 가는 것이 보여.

꽃잎이 지는 일도 네 잘못인양

네 속에 웅성거리는 상상적 청중을

즐겁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땅을 향해 피고 지는 네가 안타까워.

모두가 너를 쳐다보고 있다고

믿어 버린 뒤 언제나 고개 숙인 채

피워대고 있다는 걸 눈치 채고 있었거든.

여러 개의 꽃송이 한꺼번에 피워

너보다 더 크게 너를 보이고 싶은,

깊은 산중에서 만나도 단박에 알아본 거야.

난데없이 둘레길 안개 속에서 수런거리듯. 

 

   *상상적 청중 : 과장된 자의식으로 인해 자신이 타인의 집중적인 주의의 대상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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