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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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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耳石症 외 1편
어느 먼 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왔는지
별똥별 하나
내 안으로 들어왔다
우주를 떠돌다
천둥처럼 나를 덮쳤다
어지러워 똑바로 설 수가 없다
습관처럼 구름을 뭉텅뭉텅
잘라 먹던 낮달에 잘 벼려진
절망을 오래 만지작거렸다
제주로 가는 밤배에서 보았던
까만 바다 위
둥싯 떠 있던 부표 등대,
흔들리는 물속에서
나무처럼 돋아나
캄캄하던 내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하늘에서 온
이 특별한 손님으로 하여
세상이 휘청, 구부러졌다네가 내 안으로
무작정
쳐들어오던 날도 그랬다
까만 사진
까망뿐인 사진 한 장을
담벼락에 걸어놓았다
꼭 한 번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불 꺼진 천장을
이라고 쓴 글과 함께
빛을 향해 가고자 지금은
만두가게에서 일한다는 청년이
한밤중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빛을 지우고
색을 지우고
거짓을 지우고
과장된 웃음을 지우고
내 앨범 속 사람들은 한결같이 행복하다
김치 위스키에 강요된 웃음
가짜를 베끼고 있었다
식물채집 스케치북에
잘리고 펼쳐진 이파리 꽃잎들처럼
파국을 행해 달려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진짜 사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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