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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김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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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852회 작성일 11-12-31 21:46

본문

     김성대

   π 외 1편



해가 세 아이의 머리에 얹혔습니다


남은 둘이 될 때마다 번갈아 해를 나눕니다

남은 일이 그것밖에는 없다는 듯이


무언가를 잃고 남은 것은 아닙니다

목 위에서 흔들리는 얼굴을

아니라고 믿어버린

얼굴을 생략해버린


아이들은 셋이 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번갈아 목을 비워두기로 한 것이지요


하얗게 달구어진 눈을 가라앉히며


엷은 그림자로 돌아오는 아이를 위해

남은 둘은 머리를 기댑니다


사이가

없습니다


기울어 본 적 없는 아이들은

더 자라지 않습니다

눈썹은 더 하얘지지 않습니다


셋의 띄어쓰기는 언제 시작될까요

목 뒤쪽을 담고 비우는 음영처럼

서로의 몽타주가 되어가는


아이들이 어렴풋합니다

일식日蝕이라도 연습하는 걸까요


셋에게도 무언가 잃을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식어가는

무딘 모서리라도

 

 

 

   π

    ―거미


거미가 매번 같은 집을 짓는 것은


신이라는 음률이 그렇게 동일했기 때문이다


음률이 반복 재생되는 밤에도


거미는 거기에 들린 먹이들을 천천히 재생할 수 있었다


내일의 신을 연습할 때


거미는 음역을 조율해 보곤 한다


신이라는 음역을 빌린 거미줄이 울리면


같은 형상의 의문을 입은 것들이 재생을 재생한다


거미줄에 들려 알을 터는 것들


내일의 신이 일치할 때


시간은 거미줄에 감긴 자국이 있다

 

거미는 자신의 울음을 갖지 않았다


회귀선이 거미줄에 닿는 동안에도


신은 어른이 아니었다

 

 

  김성대∙2005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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