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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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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야상곡夜想曲 외 1편
빈 집은 밤마다 울었다
이슬과 땅이 교접하는 소리
달을 보고 몸서리치는 검정개 신음소리
공동묘지 기슭을 매만지고 돌아 나온 바람이
도깨비불 꼬리를 따라가며 흘리는 쇳소리
공포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빈 집을 찾아갔다
무리를 용기처럼 이루어
과앙막한 광야를 달리이는 이인생아아
돈두 멩에두 사아랑두우
다아 시잃다아아
쿨럭!
마른 바람이 벽을 긁어대자
비듬처럼 떨어지는 시간들
사람만큼 늙은 집에
가족이 배꼽처럼
벽 한가운데 달려 있다
추운 어머니가
구더기밥이 되지 않게 참
고마운 수를 썼구나
바람이 불고
검정개가 울고
이슬이 풀잎을 애무한다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는 어미의 노래
흐린 달로 뜬다.
사랑
당신의 그림자를 따라 뛰다
무르팍이 깨지거나
당신의 담장을 넘다
가시가 할퀸 곪은 알팔에
갈색 딱지가 잡힐 즈음
독 오른 가려움에 전율하는 것
아픔과 후련함의 경계에서
진저리치며
아물어가는 딱지를 떼어내는 것
지지 않을 흔적만
끝끝내 남는 것.
박현∙충남 예산 출생. 2007년 ≪애지≫로 등단. 시집 <굴비>. 충남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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