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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이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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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958회 작성일 11-12-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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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언

우리는 유령처럼 외 1편



동사무소 민원창구 앞

플라스틱 바구니에

주인 잃은 도장과 열쇠고리들 담겨 있다


황금물고기 다보탑 복주머니

모조품에 일상의 키를 엮고 살다가

가끔은 도장 꾹 눌러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사람들


동사무소 안 나른한 공기처럼

어디선가 찾아 헤맬 열쇠의 행방처럼

생을 증명하는 일은 몽롱해 보인다


돋보기안경 끼고

빈칸을 메우는 아버지

머리카락처럼 허연 기억 끌어당긴다


기록을 할 때마다

한 칸 한 칸 지나온 삶에

환등이 켜졌다 꺼진다

 

 

 

 

   그는 바람처럼



바람이 수작을 건다


남해 바닷가 작은 방

창 높이만큼 자란 장미의

몸을 빌려

간닥간닥 유리창을 두드린다


가을 부둣가에서

만선의 어부가 전어를 퍼올리며 불던 휘파람으로

선술에 취해 골목을 비틀대며 와

내 창에 멈춰 선다

치근대며 몸을 흔든다


여름날 후려치던 열정

머리칼 쓸어 올리던 손길

혹은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 곁에서 말을 건다


끈질긴 구애


지독한 그 사랑은 얼굴이 없다

껴안을 몸이 없다

 

 

   이주언∙경남 창원 출생. 2008년 ≪시에≫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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