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43호(가을호)/신작시/이주언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는 유령처럼 외 1편
동사무소 민원창구 앞
플라스틱 바구니에
주인 잃은 도장과 열쇠고리들 담겨 있다
황금물고기 다보탑 복주머니
모조품에 일상의 키를 엮고 살다가
가끔은 도장 꾹 눌러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사람들
동사무소 안 나른한 공기처럼
어디선가 찾아 헤맬 열쇠의 행방처럼
생을 증명하는 일은 몽롱해 보인다
돋보기안경 끼고
빈칸을 메우는 아버지
머리카락처럼 허연 기억 끌어당긴다
기록을 할 때마다
한 칸 한 칸 지나온 삶에
환등이 켜졌다 꺼진다
그는 바람처럼
바람이 수작을 건다
남해 바닷가 작은 방
창 높이만큼 자란 장미의
몸을 빌려
간닥간닥 유리창을 두드린다
가을 부둣가에서
만선의 어부가 전어를 퍼올리며 불던 휘파람으로
선술에 취해 골목을 비틀대며 와
내 창에 멈춰 선다
치근대며 몸을 흔든다
여름날 후려치던 열정
머리칼 쓸어 올리던 손길
혹은
바람 불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 곁에서 말을 건다
끈질긴 구애
지독한 그 사랑은 얼굴이 없다
껴안을 몸이 없다
이주언∙경남 창원 출생. 2008년 ≪시에≫로 등단.
추천0
- 이전글43호(가을호)/신작시/정은기 11.12.31
- 다음글43호 (가을호)/신작시/최혜숙 11.12.3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