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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이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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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여자.7 외 1편
―설렁탕
늦은 저녁 눈발을 맞고 선
내 유년 살강 같은 그리움이여
산과 계곡, 그 은유의 뽀얀 국물이었다가
봉희나 신선표 안개 사막을
다만 앞을 보고 걷는 낙타 같은 여자
비가 내리면 비 같은
눈이 내리면 눈 같은
내리는 가랑비, 발뒤꿈치 같은
뿌리는 싸락눈, 흘기는 눈썰미 같은
무호흡증 수술 받은 내게 제일 먼저 달려와
이젠 증말 괜찮응교?
깍두기 흘린 국물 같이,
칠칠맞은 그 죄의 이름을 다 받아들이고도
자꾸 슬슬 한 살림 차리자는 이 여자
가까이 있어도 아득한
바람이라는 말에는 가벼움이 있다 초록 잎들이 마악 눈뜨는 봄날, 그 여린 잎들이 예감의 촉수들을 뾰쪽뾰쪽 밀어내고 있을 때… 들리지 않는 말, 입술의 작은 소근거림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멀미가 있다 빈 항아리의 울림처럼 편안한 그러니 함부로 사랑한다 말하지 말자 사랑은 눈물의 소용돌이 눈물은 집을 허물고 곧잘 바람의 이랑에 세를 든다 바야흐로 연줄에서 놓여난 연처럼 하늘에다 머리를 풀어보는 바람 아찔한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살아있는 현기증의 절애絶崖 살아있다 이렇게, 오늘, 여기, 분명히, 그래서 네 살랑거리는 눈짓이 좋다 내 눈살 밑의 주름에도 잠시 쉬었다 가렴 이제사 나도 가까이 있어도 아득한 것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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