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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장순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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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345회 작성일 11-12-31 17:42

본문

   장순금

   껍데기 외 1편



알몸 둘이

축 처진 거죽 몇 겹 안고

목욕탕 문을 밀고 들어왔다


더듬더듬 앉아

마른 명태 같은 팔로 허우적, 허공 웅덩이에서 물을 퍼낸다

수분이 다 빠진 굽은 고목 둘이

서로 형님 동생 그러며 근근이 등 밀어 준다

손닿지 않는 것이 어디 등뿐이랴,


허연 실타래 같은 세월 굽이친 머리에

흰 거품 뭉게뭉게 피워 올려 구름 동산 만들려나, 

팔 다리 얼룩덜룩 저승꽃

하얗게 거품꽃 부풀려 빈 몸에 입혀본다


거품 같은 한 시절, 

물 몇 바가지 퍼부어주니 순식간에 하수구로 흘렀다


나도 그 하수구에

누더기 껍데기 하나, 내던지고 왔다

 

 

 

 

 

내 탯줄 인제 끊겼다



하얀 천이 서서히 얼굴을 덮는다


이마를 짚은 손바닥 온기가 식는다

내 얼굴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빠져나간다


뼈에 찍힌 손바닥 지문이

차고 딱딱해진다, 손바닥이

닿았던 곳마다 냉기가 정전기를 일으킨다


흰 천이 덮어버린,

억장 속에서 시들시들 익어간 허공의 무늬들

그 무늬 쓸어 담아 봉인한 차가운 얼굴  


덮었다는 것은

모태가 줄을 끊고 체온을 자르고

나를 잘라냈다는 것  

 

배꼽 깊이 우물 한 채 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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