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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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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706회 작성일 11-12-31 17:45

본문

   이진명

   기본基本, 이 하늘 아래 외 1편



서울에 살지 않고

벽촌 몇 곳을 돌며 사는 친구

일 년에 한두 번 전화 온다

어디야

내 있는 곳이지

어디에 있냐니까

이 하늘 아래 있지


이 하늘 아래 있으면, 그럼 

…된 건가요 …된 거겠지요 …기본이니까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

기본을 잊고 있었어요

하늘 위 당신들처럼

기본이 안 되어 있을 때가 문제지

풀 수 없는 문제 그래서 더욱 문제가 되는 문제지

이 하늘 아래 있다면 문제 없어요

기본을 지키고 있는 친구처럼

같이 기본을 지키는 우리처럼


하늘 아래 같이 있다는 이 큰 기본

그러나 하나님 아버지 어머니

이 기본은 너무 커 보이지 않아

우리들 사이 당신들처럼 극한으로 멀어 

절대 같이할 수 없어 극악을 저지르기도 하죠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

멀리 도는 행성

이탈해서 기본을 기억하고

이탈해서 기본을 아는

이 하늘 아래 어디에서 무전이 온다

불현 허공과 부닥치는 기본이 온다

 

 

 

 

 

 

이연離緣 공고

 

 

한 종교신문에 실린

○○소속회와 사제간 이연의 뜻을 밝힌다는

성직자 명의의

이연 공고문을 다 본다


시원한 소나기 맞은 이 맛

홀딱 젖은 알몸에 단김 오르는 이 맛

핥고 싶은 진작 출현했어야 하는 이 맛


살아 하는 이별 공고

굳은 몸이 풀리는 비전이 보인다

이혼도 절교도

부모형제 의절 같은 것도 공고 때려야 하지 않겠나

결혼은 청첩 때리고 자매결연은 초대 때리는데

(죽은 이 부고 때리는 건 여기에선 별개 문제)


두 혀로, 다르게 또는 없는 것도 말하고

교묘히 비틀고 야바위 작태를 뒤로 생산하기보다는

연인아 친구야 동업자야 모든 사회적 존비속아

이연 공고를 내 이별 공고를 내

깨끗하고 말끔해 오히려

선하고 선해 아름다워 거짓 그칠 수 있어


선하지 못한 사후事後를 그쳐야 한다는 것

이 성직자는 그걸 바로 알았던 거다

한때 옷깃 스친 인연의 소중을 깊이깊이 알기에

법, 법도대로 이연을 공표하는 것

인연의 사실을 가장 높이 매달아 존중을 보내는 것


성속 불문

찢어진 것을 공고하자 깨진 것을 공고하자

파경을 파토를 결렬을

등 돌린 것을 등 돌릴 것을

투명 장부를 기리듯 칭송받는 투명 문화 정착 되리


앓지 말고 상하지 말고 욕지기 말고

무엇보다 증오와 분노 뿌리지 말고

자신과 상대 그 어떤 살해도 염불하지 말고


꿈이 하나 뿔처럼 줄기차게 돋았다

가만한, 이 간지러운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이연 공고의 꿈, 흐흐흐 

너 죽지 말고 나도 죽지 마라

이연 공고를 내는 내 꿈의 실현으로

너와 나, 인연의 한때를 높이 저자에 걸어

한없는 한없는 존중을 보내 줄께

구토하는 존중을, 으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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