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43호(가을호)/신작시/김왕노
페이지 정보

본문
천 개의 강을 건너는 법 외 1편
천 개의 강 중 마지막 강가에는 세상을 헤매고 온
네가 풀꽃처럼 피어나 있어야 한다.
나를 기다린다고 바람 안을 기웃거리면서
사막을 건너는 낙타의 마음으로 올올이 그리움을 짜면
나 허겁지겁 천 개의 강을 건너서 너에게 가지 않으랴.
수심이 깊은 강에는 목숨을 띄워서라도 가지 않으랴
천 개의 강 중 마지막 강가에 네가 있다면
이미 마음은 먼저 너에게 떠나고 몸이 물결 위에 몸을 실으리라
물결이 출렁거릴 때마다 어느 강가에 물망초 피어나고
밥 짓는 연기가 유혹해도 나의 발길은 멈추지 않으리라
천 개의 강을 건너는 법에는
반드시 마지막 강가에는 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 벌써 그 마지막 강가에 네가 이르렀는지
내 몸이 저 아득한 곳을 향해 끝없이 휘어지고 있다.
가시내야, 오월의 가시내야
가시내야, 내 안에서 조용히 울어
나를 보리밭처럼 물결치게 하는 가시내야
지금 길 나서자
그리움 황소 뿔처럼 새우고 거친 숨 내쉬면
저 방패로 막아서는 세월이 무슨 대수냐
1번국도 가에 아직은 초롱같이 매달린 푸른 사과
도란거리며 나누는 이야기가 밤길을 지켜준다.
그간 우리의 노래에나 취해있었으니 지금 길 나서자
그리움 황소 뿔처럼 새우고 거친 숨 내쉬면
그리움의 살이고 뼈가 다 달아나 가죽만 남아도
그 가죽으로 둥둥 천 년 북이 되지 않겠느냐
가시내야, 오월의 가시내야
살 뽀얗게 오른 우리 사랑을 팽개치고
논개의 마음, 그 붉은 마음이 되어 길 나서자
어디서 아직도 홰를 치는 새벽 닭 울음소리 들리고
분노를 꼬나들고 박차를 가하는 인기척도 들린다.
가시내야, 오월의 가시내야
내 안에서 조용히 울어 나를 울게 하는 가시내야
- 이전글43호(가을호)/신작시/박해미 11.12.31
- 다음글43호(가을호)/신작시/김경일 11.12.3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