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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김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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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거리 외 1편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때
흰 색 앞 차와
검은 색 내 차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야 안전한가?
391번 지방도로의 커브길에서
앞 차와 부딪치지 않으려면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할까?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후배가
그의 애인의
따뜻한 겨드랑이까지 다가가려면
몇 미터쯤의 안전거리가 필요할까?
이제 막 취직을 한 조카가
그의 부장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어느 만큼의 보폭으로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야 할 것인가?
신세를 지고 있는 내 친구 A에게
늘 가까이 가고 싶지만
나는 왜 말과 생각과 행동으로
다시 안전한 거리를 계산하고 있는 걸까?
구석진 자리
곰탕집 하동관에서
점심 식사를 할 때나
인사동 골목 허름한 한식집에서
저녁 모임을 할 때면
초개 선생은
늘 구석진 자리를 찾곤 하셨다
평생 글을 쓰고
공연을 보고
예술가의 초상을 그리며
만나는 사람의 두 손 안에
살점을 조금씩 저며 주시던
초개 선생이
항상 앉아있던 그 자리
비 오고 바람 불어도
전등사 뒷편 느티나무의
숨결은 여전하다고
낡은 흑백 피아노 옆에
분홍의 토슈즈 한 켤레
끈을 풀어 헤친 채
내 방 한켠
구석진 자리에
쓸쓸하게 놓여 있는
선생의 기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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