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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가을호)/신작시/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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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612회 작성일 11-12-31 17:59

본문

   박주영

  홍도 외 1편



꽤 큰 유람선이 제 무게를 바람에 놓아주며

흔들리고 있다

다행이다

멀미약을 먹은 게

바닷물은 출렁, 칼날처럼 빛나고

이른 봄이면 동백과 원추리가 온 산을 덮는다는 말에

마음이 저 먼저 바쁘다


겨우 두세 명이 누울 수 있는

유성모텔은 바다가 멱 감고 나온 듯

온통 절은 냄새다

바닷마을이라고

돌고래처럼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싶은지

사람들 밤새 설쳐대며 시끄럽다

한 잠도 눈 붙이지 못해서인지

햇빛 아래 붉은 홍도바위 때문인지

피곤한 눈이 풀어지질 않는다


깃대봉 아래

바다가 동백숲 사이로 몸통 드러낼 때

아! 홍도

기어이 내 눈 풀어 벌어지게 한다

 

 

 

 

UNI00000be80030.gif길 위의 얼굴



태안, 당산 3리에서

길 잃어버린다

숙소와 숲길 사이에서

내 발걸음 잠시 머뭇거린다


숲길에 들어서니 시골마을이

슬프게도 아름다운 초록색을 띄고 있다

그 틈으로 보이는 노인 한 분,

널어놓은 고추를 뒤적이며 연신 땀을 닦는다


서걱이는 숲길을 들어서니 화들짝 놀란

다람쥐 한 마리,

꽁지가 빠져라 달아난다

노인의 표정이 화들짝 나를 반긴다


무시로 드나드는 바람이 내 얼굴 스치면서

매운내가 눈 속을 확 파고 든다

“안 매우세요?”

“웬 걸 맵지, 놀러 왔구먼”

공부 많이 시킨 자식들 객지로들 다 나가 잘 못 본다는

노인의 하소연,

연신 코를 훌쩍거리면서도 상한 고추를 잘 끄집어내신다

상처가 상처를 알아본다

재채기로 답하는 당산 3리,

기다리는 얼굴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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