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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가을호) 기획 젊은 시의 징후를 찾아서/ 이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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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식물 외 1편
물 긷는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뜰에는 짝을 찾아 요분질하는
꽃들이 한 밭이다
분골이 흩뿌려진 연무煙霧가 눈앞에 성성하다
한 주먹도 안 되는
참새들은 알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지는 장송곡
자명종이 희끄무레하게 울린다
수목한계선에 이르러,
탁발승은 합장하고 품에서
말라비틀어진 씨앗들을 던져주고는
되돌아간다
전쟁터로 향하는
어린 병정들의 무서운 눈
무서워하는 눈
눈
이 빚진 미소를 누구에게 갚아야 할까
애증이 조형될 수밖에 없다
무미한 조증
교교한 달빛 아래,
뒷마당에서 토마토를 훔쳐 먹고 온
장의사가 운다
백경白鏡
천둥이 밤을 찢을 때마다 빛나는
우주의 저편으로 나는 너를
의안義眼, 너를 보던 자리의
어떤 우연들은 마치 너처럼
매일매일 나를 우연으로 그냥 지나쳐간다
서리 내린 곳곳에서
네 체취를 닮은 냄새가 골격을 가진 채 발견된다
세상은 연옥이라서 더 괴롭다
애증도 다 전생의 유품이다
조의弔意로 핀 꽃송이들
향을 거세하고 나에게,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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