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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 (가을호) 기획 젊은 시의 징후를 찾아서/ 허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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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3,121회 작성일 11-12-31 17:30

본문

   허은실

   너는 너의 방에서 외 1편



너는 너의 방에서 수음을 하고

나는 나의 방에서 울 때

그는 그의 골방에서 얼어죽고


방문을 닫고 

각자의 식탁을 차릴 때

쪽방에서는 살이 썩는 냄새 

아무도 듣지 않는 비명

  

당신은 이웃의 창문을 엿보고 당신이 보는 것을 나는 본다 당신을 오해하기 위해 I see you 내가 보는 것은 내가 보던 것 아이들은 시소를 타며 영원한 비대칭의 게임을 배운다 봤니? 봤지! See? Saw! 이렇게 마주 앉아도 당신은 당신의 풍경을 나는 나의 풍경을 I see, I see 


우리의 동침은 돌아누운 등으로 이루는 데칼코마니

팔짱의 형식은 제 두 팔을 마주 끼는 일   

삼투는 불가능하다

나는 나의 말 속에서 멸망할 것이다


고장 난 시계는 고장 난 시간을 간다 그러나 부지런히


당신은 지금 위독하고

배제된 자들은 위험하다

 

조금 덜 배제된 자가 조금 더 배제된 자를 배제하고

문서에 포함되지 않는 신발들


아무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는다

 

 

 

 

처용엘레지 



여기 잠든 짐승 나의 이승이구나


뒤집어 입고 들어온 사내의 팬티를 빨면서

나쁜 엄마가 돼야지 벌 받아야지


그러나 본디 안팎이 한통속이어니

뒤집어진들 어이할꼬


어금니에 몇 톤의 원한을 싣고 가는 사내여

슬픔은 욕망과 한통속인가

항문과 입술의 조직은 동일하다

잘린 가지 끝에 송곳니처럼 흰 뿌리 돋는다


머물렀던 곳마다 흘린 머리카락을 주우며

검은 날개를 꿈꾸는 밤

다르게 시작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면

열두 개의 가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제 얼굴이 무서워질 때를 맞이하므로

문득 어둠 속의 눈과 마주칠 때

고독은 완성될 것이다

 

그늘을 흔들기 위해 바람이 분다

빨래통 속에서 팔과 다리가 뒤엉킨다


창밖에는 비닐이 사납게 펄럭이는 소리

빈 액자 위에 내려앉는

고요한 

먼지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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