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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남태식/파탄에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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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44회 작성일 23-01-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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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남태식/파탄에게 외 1편 


남태식


파탄에게 외 1편



북녘 먼 도시에서 

검은 천불이 

피어올랐다.


골짜기 체육공원 아래 

연못에는 

사철 아름다운 집.


물이 흐려도 

나무 헐벗어도

언제나 맑고 풍성한 

물속의 집.


겨울을 버티며 

여러 갈래 

팔을 벋던 물관은

봄꽃의 황홀에 

마취되었다.


상상하지 않은 

가을의 열매는

일렁임을 잊은 

물속의 집에서 

잠을 탐하고…


이번에도 상상은 

봄에서 멈췄고

파탄이 났다.


하지만 파탄이여, 

그대의 문 

깨뜨리는 우레에

취한 잠의 봉오리가 

찢어졌으니


이제 여름은 

다시 활달하게 

팔을 휘두르고

빼곡한 가을의 잇몸을 

상상하리라.

 

나는 오늘 오랜만에 

공원 아래 

연못에 들러

초롱초롱 금은화를 단 

인동길을 걸었다.





파탄 이후



왜 체육공원이냐

친구가 물었다.


체육은 

‘이미’의 일이고

공원은 

‘이제’의 일이다.


공원 아래 연못에는

꽃들이 피고 있었다.


한편에는 수련

한편에는 연꽃

또 한편 물속의 집 마당에는

한 무더기 수국


물이 일렁이자

마당의 수국이 

사라졌다.


수련도 연꽃도

모두 아름다웠다.


사라진 마당의 수국도 

회상하니 

아름다웠다.


왜 체육공원이냐 

묻던 친구는

파탄을 말하던 친구였다.


시작이라는 말을 

다시 꺼낸다면

체육은 또

‘이제’의 일이겠다.


공원은 그럼

‘영원’으로 넘어가겠다. 





*남태식 2003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 『상처를 만지다』. 리토피아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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