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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조성례/찰방찰방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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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30회 작성일 23-02-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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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조성례/찰방찰방 외 1편 


조성례


찰방찰방 외 1편



똥 푸는 일이 천직인 그 사내 

사람들은 찰방이라고 부른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나이보다 더 큰 지게가 어깨에 얹혀졌다 

오직 

입에 풀칠하려고 시작한 

똥장군 지게를 걸머진 자리엔 

훈장처럼 시퍼런 멍이 단단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똥, 기어이 불러오려면 

폴짝 뛰어 오르며 혓바닥을 내민 채 

찰방찰방 놀려댄단다. 

남들이 코를 쥐고 고개를 돌려도 

지친 목구멍을 막걸릿잔으로 씻어내면 

목 안에 고인 똥이 

찰방찰방 하루의 노고를 노래로 대신 불러준다나 


생명이고 밥인 똥을 

들판에 부려놓으면 바람과 햇볕에 풍화되어 

사내의 내장에 되돌아와 

잠꼬대조차 찰방찰방하는,


수수만년 지난 먼 훗날에 

똥빛의 멍은 푸르고 짙은 화석으로 굳어

또 하나의 가훈이 되고 역사가 되겠지






하루살이


랜턴 불빛에 
하루살이들이 까맣게 몰려온다 
눈이며 입으로 달려드는 그들
손짓으로 막으려 하지만 
막무가내 
한 판 잔치를 벌리려나보다
불빛을 조명 삼아 전신을 흔들어 댄다

날아야만 종족번식을 위한 짝을 찾을 수 있는 날것들, 
오직 날기만 하기 위해 태어난 듯 
암수가 만나면 먼 비행을 시작한다는데 
제 이름에 부여받은 짧은 생명에 대한 
마지막 향연을 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루라는 말 속에는
궁핍하고 쫒기는 애달픔이 있다 
애련리 철다리 아래서 달리는 기차의 굉음에
귀를 막고 함께 달려보고 싶은 때 
저처럼 날갯짓을 하면서 헐떡였지 
하루를 견디기 위한 허기에 지쳐 젊은 날을 건너왔던 
시간이 흐를수록 
하루를 넘기는 고된 마지막 몸짓,

어둠은 점점 짙어지고 
사위가 느려지며 잦아져 가는 날갯소리들 
하루가 또 그렇게 생을 마친다 




*조성례 2015년 《애지》로 등단. 저서 『가을을 수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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