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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이인성/방랑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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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이인성/방랑자 외 1편
이인성
방랑자 외 1편
가려 하네
마지막 계절의 진통 내려놓고
이제 떠나려 한다네
아름다운 색채와 약속이 많은 세상 찾아 가려네
그 무게 지탱하기엔 너무 지친 것 같다네
조용히 내려놓은 하루
등 뒤로 작열하는
태양이 뜨겁기만 하네
맑게 웃는 그림자
나는 시간을 넘나드는 방랑자
사랑이 아직 존재하는 단어라면
기다림이 아직 허락되는 곳이 있다면
나는 어떠한 경계일지라도 넘나들어 보려네
나는 시간의 방랑자
절대고독,
고독은
스스로에게로 회귀하는 길
지독한 홀로의 여정
절망의 깊은 상처 품어
밑바닥까지 동댕이쳐지는 그곳
놓아야 할 것 잡아야 할 것이 있다
모두가 그쯤 아픔
가져 보았노라 말은 하지만
적당한 상처는 상처가 아니다
어떤 수행은 목숨을 거는 법
나락으로 떨어지고 지푸라기 하나
잡을 게 없는 순간
절망과 고독으로 죽을 만큼의 지경 속
또 짓밟히는 밑바닥
그 바닥에서
정신적 경지 트이고
세상 분별 생기는 길, 그 길이 있다
알음알이, 입으로 하는 이야기는 바람 같은 것
그런 고독은 고독이 아니다
*이인성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빛이 아프다』, 『바람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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