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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신규철/호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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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1
댓글 0건 조회 329회 작성일 23-02-2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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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신작시/신규철/호수 외 1편 


신규철


호수 외 1편



물가의 억새풀

미세한 그 잎의 바람과

숲을 지키는 텃새의 눈빛과

날카로운 발톱

물까마귀가 낸 상처까지 어루만지더니만 결국

몸 속 사타구니도 송두리째 물고기에게 내어준 호수를 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침은 아침대로 저녁은 저녁대로 정定함이 없다

느티나무처럼 내 지나온 길 돌아보니 

안개 자욱한 마을길 같았다

밤낮없이 걸어 잠그고 채우기만 했다 

사타구니도 물고기에게 내어준 호수처럼

억새풀 잎이 다 마르도록

단 한 번이라도 나를 내어 준 적 있던가

이래서 저래서

아무래도 핑계가 심했다





빈 가지 위에



바람이 분다

기도가 끝난 자리 위에

산 그림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내 어깨 위에

날마다 우리가 만나던 빈 가지 위에 바람이 분다


새들이 날아간다

곁길에 핀 하얀 들꽃 하나 아픈 기억들처럼 

우리의 빈 가지 위에 마른 몸부림으로 

가을 새들이 날아간다


가지는 비었어도

날아간 새 돌아오질 않고

바람이 소리 없이 먼 곳에서 내리고 


저녁햇살은 기다랗게 손을 뻗어 

예배당 붉은 담벼락 아래서 

쥐똥나무 열매를 한 줌 움켜쥔다


바람이 분다

기도가 끝난 자리

돌아눕는 내 어깨 위에, 하루가 저물고

가깝고도 먼 가지 위에 밤새 바람이 분다





*신규철 2018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낡은 의자에 앉아서』. 제물포문학상, 인천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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